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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나의 일에서 고객 가치를 만드는 방법

  올해 경영자의 신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고객'입니다. 각 기업을 대표하는 핵심가치에서도 고객 가치, 고객 중심, 고객 경험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 가보면 구성원들이 매 순간 '고객 가치'를 생각하며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미션을 부여받은 HRD 담당자들 역시 매우 난감합니다. 고객 중심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을 어떤 콘텐츠와 어떤 방법으로 기획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고, 애써 교육을 진행해도 현업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일에서 고객 가치를 만들고, 우리 조직이 고객 가치 중심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아래 글에서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고객 가치는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문제해결보다 문제정의가 중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유퀴즈 <사건을 막는 발명가 경찰> 편에서 “장수의자”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어르신 두 분이 횡단보도에서 돌아가시는 사고가 발생했었고, 이후에도 어르신들이 무모할 정도로 무단횡단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는데요. 어르신의 무단횡단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무단횡단을 못 하게 중앙 분리대를 높이 설치하거나 CCTV를 설치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 외에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솔루션은 없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질문이 조금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어르신의 무단횡단, 무엇이 '문제'인가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즉,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됩니다. 영상에 소개된 경찰은 경로당을 방문해서 “왜 무단횡단하는지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여쭤봄으로써,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신호를 기다릴 수 없어 건넌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장수의자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장수의자는 어르신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펴서 잠깐이라도 앉을 수 있게 고안된 제품입니다. 어르신들의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을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것입니다. 만약 어르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제품입니다.



혁신적인 고객 가치는 5단계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고객가치 프레임워크



  최근에 SNS를 보면 AI가 얼마나 뜨거운 관심사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공부하고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회사에서도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AI를 어떻게 연결할지, 아이디어를 내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우리 서비스에 AI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필요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만 집중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방법에만 치우쳐 그 기술이 어떤 고객 가치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AI를 접목할지 고민하기 전에, '적절한 문제'를 찾기 위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우리 고객은 무엇을 경험하고 있나요? 그중에 가치있게 느끼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우리 고객이 새롭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것을 위해 AI를 접목해 본다면 어떤 것이 달라지나요?”


  위의 질문 예시처럼 해답을 찾는 질문보다는 고객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고객 가치를 잘 발견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디자인씽킹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고객 가치 프레임워크 Customer Value Framework

깊이 이해하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정의하기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아이데이션

고객의 니즈로부터 출발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하고 D.F.C.를 기준으로 결정합니다. 

* DFV 기준이란?: Desirability : 고객들이 원하는가? Feasibility : 기술로 구현이 가능한가? Viability :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빠른 프로토타입

초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싸고 빠르게 만듭니다.

사용자 테스트

예상 고객에게 찾아가 고객의 진솔한 반응을 관찰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고객 피드백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솔루션을 개선합니다.



고객 가치는 R.V.I.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Real, Valuable, Inspiring



  '고객에게 가치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R.V.I.는 고객 가치에 더 집중하게 해주는 기준입니다. 손자를 위해 햄버거를 사고 싶은 할머니가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 상황에서 할머니의 RVI 문제를 찾아볼게요.


고객 가치 기준 R.V.I.

 Real 

내 추측이 아닌 고객이 실제 겪는 고충인가?

이때 고충이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결해 보고 싶은 수준을 말함

 Valuable 

고객에게 (해결할) 가치가 있는가?

 Inspiring 

당신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 정도로 해결하고 싶은가?



◽Real : 고객이 실제 겪고 느끼는 고충인가?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 : 일반적인 시니어의 객관적인 고충

→“키오스크 앞에 서기가 두렵다” : 고객의 감정까지 표현한 실제 고충


◽ Valuable : 고객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

“키오스크를 쉽게 사용하고 싶다” : 일반적이고 모호한 가치

→”손자를 위한 간식을 내 손으로 사서 챙겨주기 어렵다” : 왜 중요한지 적절하게 표현된 가치


◽ Inspiring : 당신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하고 싶다” : 내가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표현되지 않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 싶다” : 할머니를 돕는 것이 나에게 왜 중요한지 잘 발견됨



  첫 번째 Real 에서는,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고객 관점에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느끼는 고충을 발견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번째 Valuable 에서는, 그것이 고객에게 왜 필요한지 집요한 질문을 통해서 고객에게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번째 Inspiring 에서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이유를 분명하게 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R.V.I 기준은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을 판별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지만,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답하기 어려운 기준이기도 합니다.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

관찰, 인터뷰, 직접 체험



R.V.I. 문제를 잘 발견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병원 환자와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개선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어떤 방법으로 RVI 문제를 찾을 수 있을까요?



출처: 메티컬타임즈 기사 사진



  1. 로비에 서서 병원 입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를 일정 시간 관찰해 봅니다. 생각보다 무엇을 해야 되는지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2. 불만사항을 남긴 환자나 가족을 만나봅니다. 그들에게서 중요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3. 다른 병원에 가서 처음 방문하는 환자처럼 진료를 받아봅니다. 우리 병원과 비교해서 첫 환자의 입장에서 개선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면 RVI 문제를 잘 찾을 수 있습니다. RVI 문제를 잘 찾기 위해서는 환자 여정의 출발점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디가 출발점일까요? 병원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인가요? 아니면 병원 주차장부터인가요? 그보다 더 확장해 볼까요? 집에서 출발할 때? 병원을 예약할 때? 어쩌면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끝은 어디인가요? 병원을 빠져나갈 때인가요? 아님 약을 먹는 순간순간도 포함할 수 있나요?


  환자의 여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RVI 문제의 양이 달라집니다. 가급적 여정을 충분히 확장해서 보길 권합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RVI 문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3가지 방법

(1) '낯선 시선에서'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관찰하기

(2) 정답을 찾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질문'으로 인터뷰하기

(3) '감정이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체험하기



HRD 담당자를 위한 RVI 실천법

의미 있는 교육 과정 설계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교육과정 설계를 의뢰받으면 저는 제일 먼저 '학습자 깊이 이해하기'에 들어갑니다. 학습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이해해야 더 의미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학습자를 이해하기 위해 가끔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1~3일 같이 일할 때도 있습니다. 서비스 기사님을 이해하기 위해서 2일간 동행 출장을 나가는 것처럼요. 학습자가 하는 업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뛸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류업을 이해하기 위해서 쿠팡 아르바이트를 뛰어보는 식입니다. 이렇게 요란하게 해야 될까 싶을 때도 있지만, 학습자의 일터에서 학습자를 관찰하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해집니다. 학습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가까이서 관찰하면 명확한 RVI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4가지 실천법을 제안 드립니다.


첫째, 과정 기획 단계에서의 학습자 (현장)인터뷰입니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학습자와 함께 대화하며 기획하면 오히려 더 빨리 기획할 수 있고 좋은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 전화나 온라인 회의보다는 일하는 현장에 가서 인터뷰하는 것을 권합니다. 실제 고객사 중에서 이렇게 학습자와 함께 기획하는 HRDer가 있습니다. 그분이 만든 교육과정은 코로나 시절에도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던 과정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둘째, 과정 중에 학습자 관찰입니다.

 어떤 HRDer는 학습자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관찰하고 개선점을 찾습니다. 반면 어떤 HRDer는 노트북으로 자기 업무하기 바쁩니다. HRDer라면 자신의 학습자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잘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더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선물해 줄 수 있고, 현업에 돌아가서도 적용할 수 있는 과정을 개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셋째, 과정 이후 학습자 (사후)인터뷰입니다.

 과정 종료 직후보다는 6개월 정도 지나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교육 과정 이후 실제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현업에 적용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그때의 학습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과정마다 최소 2명 정도를 인터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학습전이'가 일어나는 과정 설계의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학습전이(Learning Transfer)란,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직장이나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넷째, 학습자의 학습여정지도를 그려봅니다.

 특히 연초나 연말에 학습여정지도를 그려보면 좋습니다. 관찰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해도 좋고, 처음 시작한다면 내가 이해한 만큼만 작성해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학습자의 여정의 시작은 어디일까요? 강의장 들어오는 순간부터인가요? 조금 더 확장해 볼게요. 학습자의 여정을 '내가 이 과정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또는 '과정 추천을 받을 때'부터 시작하면 더 많은 RVI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의 일에서 고객가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RVI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RVI 문제를 잘 발견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고객가치는 RVI 문제를 잘 찾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RVI 문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고객 가치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평소에도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면, 나와 우리 조직이 하는 일에서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기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2024년, 고객 가치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글: 와우디랩 CEO 최송일(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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